*기획의도*
#그리움에 대하여
오래전 한 다큐멘터리 프로에서 종가에 대해 본 적이 있다.
100세가까이 수를 누리시다 떠나신 아버지의 영정앞에서 아침저녁으로 곡을 하는 늙은 아들이 있었다.
그냥 예가 아닐까. 종가의 후손으로 몸에 익어버린 선대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아들은 절절하게 울었다.
그 순간, 그리움에 대해서 생각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
너무나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보니 잃어버리는 줄도 모르고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
이 시대, 용돈 몇푼때문에 자식이 부모에게 칼을 들이대는 이 무서운 시대에
종가라는 울타리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무슨의미가 있을까?
일인가구가 해가 다르게 늘어가는 핵가족 시대에 우리는 왜 자꾸 드라마를 통해서 대가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고, 보고 싶어하는 것일까? 살을 부비며 살아갔던 가난한 시절에 대한 향수 때문일까?
가난해서, 나눠쓸 방이 없어서 온 식구가 좁은 방에 모여 부대끼며 살아야 했던 지난 시절에 대한 향수가 지금의 우리에게 어쩌면 위안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 안에도 그리움이 있었다.
그 모든 그리움이 이 드라마를 기획하게 만들었다.
멸문한 종가를 다시 세운 노인을 정면에 내세운 것은 그가 지키고자 한 것이 무엇인가 를 더듬어보고 싶어서였다.
아무것도 가진게 없으면, 사람은 주저 앉는다.
하만기는 그런사람이었다. 낡은 족보만 있지, 아무것도 가진게 없었던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일으켜세웠다.
낡은 족보를 뒤적이며 선대 어른들의 이름과 행적을 말해주는 멸문한 가문의 종손인 아버지를 보면서 그는 깨달았다.
나는 귀한 사람이라고....
하늘에서 어느날 갑자기 의미없이 떨어진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자식으로 누군가의 형제로, 누군가의 삶의 증거로...
그래서 그는 그 낡은 족보를 껴안고 일어섰고, 잃었던 종택을 찾았고, 흩어졌던 종친을 찾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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